김민기 - '아빠 얼굴 예쁘네요' - 미술시간

미술시간에 찰흙을 이용해 가족을 만들며 서로의 일상과 추억을 떠올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동생, 부모님, 할머니의 모습이 생생하게 표현되며, 일상적인 유머와 소소한 걱정이 얽혀있다
마지막에는 가족의 존재와 사랑을 느끼며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찰흙 빚기 미술시간입니다
무얼 만들면은 좋을까요 선생님
네, 이번 시간엔 우리집 식구
아 우리집 식구
에이-, 시시해!
우리집에 같이 사는 식구들을 하나 하나
연이네는 누가 누가 사나
탄광에서 일하시는 아버지
빨래하시는 우리 어머니
빨래만 하시는 어머니
개구장이 내동생 석이까지 네 식구
그리고 또 동생 석이
순이는 어떻게 만드나
뭐든지 잘하는 내짝 순이
뭐든지 잘하는 우리반 순이
가엾은 우리 할머니
꼬부랑 순이 할머니
또, 선탄일 하시는 어머니
아버지도 만드네 순인 아버지가 안 계시잖아?
굴이 무너지던 그 무섭던 밤 돌아가셨지, 가엾게도
순이 아버지
보고 싶을 땐 어떡해...

그래 그래 그려도 보고 만들어도 보고...
찰흙 빚기 미술시간 재미있네.
매일 같이 이런 공부만 했으면 시험없는 세상은 없을까.
어휴 내일도 오전에는 또 시험
얘들아
왜?
뭔가
쉬잇!
이상해
뭐가 뭐가 뭐가

탄이가
탄이가
왜 이리
왜 이리
조용해
정말 정말 사고뭉치 탄이는 뭘 할까
무슨 장난 또 칠려고 조용할까 어디 좀 볼까 불안해
힐끔 슬쩍
음매 헤헤헤
저런 저런 저런
새끼염소 검둥이님 나가신다
행여 해가 서쪽에서 뜨을라
안 비켰다 코 찔려도 난 몰라
조용하게 지나가면 이상하지
중학교 가면 요놈 팔아서
탄이만 세상에서 사라져만 준다면
자전거를 사실거다 달려 달려
지금 죽어도 한이 없지
어- 콰당
와이코!
와-

탄아 탄아 석탄아 넌 왜 이리 까맣니
굴속에서 잠자다 세수도 못하고 나왔지
랄랄랄랄...
야 너희들 지금 뭐라고 그랬어! 흥! 요것들 봐라,
좋아 뿔을 더 크게 만들어서 붙이고... 누구 것을 망가뜨린다지?
못본척 못들은척 아무말 안한척 척척척척척
끝날시간 다 돼간다 서두르자
랄랄랄랄
손도 눈도 코도 입도 다듬고
랄랄랄랄
아빠 얼굴엔 온통 새까맣게
엄마 얼굴엔 온통 새까맣게
랄랄랄...
탄가루도 살짝 살짝 묻혀두고
랄랄 어어 어어 어어어어
콰광
어!
어!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