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엄마! 연이엄마! 굴이 무너졌대요, 굴이-
뭐요? 굴이요?
엄마 어디가?
아이고 하느님 굴이 무너졌대
뭐? 굴이? 그럼 아빠는?
석이 잘 보고 있어!
아빠! 석아, 빨리 일어나
아이 왜 그래 졸려 죽겠는데
아빠가 굴속에 갇해셨대 이 잠보야!
왜?
빨리 업혀, 내 운동화, 운동화 한 짝이 어디있지?
엄마 고무신이라도 신자. 아버지 돌아가시면 안돼요!
아빠, 다시는 속상하지 않게 해드릴께요.
석이 너도 아빠보고 자꾸 돈달라고 떼쓰지마
알았어, 누나 추워
응, 세타 벗어줄게. 아이쿠!
아야! 왜 넘어지고 그래
에이, 이놈의 고무신이 왜 자꾸 벗어지고 난리야, 이거 니가 들어
응
다시 업혀, 아빠 제발!
서낭당이다. 돌, 돌, 석아
너도 이돌 던져 똑같이
하나, 둘, 셋, 돌아가시면 안돼요

돌아가시면 안돼요 아버지 돌아가시면 안돼요 아버지
돌아가시면 안돼요 아버지 돌아가시면 안돼요
돌아가시면 안돼요

아! 자동차다, 세워주세요, 빨리 가봐야 한단 말예요.
에이 시간만 버렸네, 아빠 제발!
한시간도 더 뛰어 온 것 같은 데 괜히 반찬없다고
투정부리고 밥 잘 안 먹어서 힘이 없나 봐요.
엄마 다시는 안 그럴께요
누나, 천천히 좀 가
다 왔어, 조금만 참어

여보-
아빠-
와- 나왔다
연이아버지다
여보 괜찮아요?
저 뒤에 업힌게 누고? 탄이아버지, 탄이아버지 아이가?
아이고 탄이아버지- 탄이아버지-
자, 자, 좀 비키세요, 길좀 비키세요
아 비키소 좀
탄이아빠 왜 이래요?
여보 눈 좀 떠봐요!
왜 대답도 안해요 네? 아빠!
탄이어머니 빨리 타세요. 탄이도 어서!
아빠-
아빠-
이런 석이까지 나왔어? 걱정들 마시고 추운데 들어들 가세요
살아날까?
하이고, 몇해전 순이아버지 짝 날라나베
재수없는 소리 하지 마래이!
엄마!
엄마!
그래, 석이는 엄마주고, 이 세타 입어라.
아니 왜 또 한쪽발은 맨발이야! 이 추운데
어? 내 운동화 한짝 엄마가 신었잖아?
응?
여기, 엄마 고무신
자, 얼른들 가자
아이 따뜻하다, 엄마
응?
우리 아빠 최고지?
왜?
혼자 빠져나오기도 힘드실텐데 탄이 아버지까지 업고 나오셨잖아요
그럴 땐 어떤 아저씨라도 다 그렇게 하신단다, 춥지않니?
괜찮아요, 그런데 엄마
응?
저 탄이아버지가 만약에...
그런 생각하면 못써요
그래도 자꾸만...
돌아가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해-
기도를 해봤어야지, 엄마 우리 저기 서낭당에다 돌얹어 놓고 가요
그러자꾸나
아이, 무서운데...
이런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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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 - '아빠 얼굴 예쁘네요' -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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